여제 밀친 밀레니엄둥이, ‘최초’ 쏟아냈다

입력 2019-09-09 04:07
비앙카 안드레스쿠가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코트에 누워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9세 소녀 비앙카 안드레스쿠(15위·캐나다)가 2000년대생 선수로는 처음으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안드레스쿠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5700만 달러)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8·8위·미국)를 1시간40분만에 2대 0(6-3 7-5)으로 물리쳤다. 안드레스쿠는 이날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5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안드레스쿠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2000년 6월생인 안드레스쿠는 남녀를 통틀어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로 처음 메이저 대회 단식 챔피언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게다가 2006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당시 19세) 이후 13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10대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은 385만 달러(약 46억원)다.

안드레스쿠는 이 외에도 이번 우승으로 각종 기록을 양산했다. 안드레스쿠는 캐나다 국적 최초의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자로 등극했다. 또 US오픈 여자 단식 본선에 처음 출전해 곧바로 우승까지 차지한 첫 선수가 됐다.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출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등극한 것도 최소 기록 타이다. 1990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모니카 셀레스가 앞서 이 기록을 선점했다.

이날 매치업은 역대 메이저대회 최다 나이차 대결이었다. 안드레스쿠와 1981년 9월생인 윌리엄스와의 나이 차이는 18세 9개월이다. 종전 기록은 1991년 US오픈에서 당시 34세였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17세 모니카 셀레스가 맞붙었을 당시의 17세 2개월이었다.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 당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는 안드레스쿠가 태어나기 약 1년 전이다.

부모가 루마니아 출신인 안드레스쿠는 강력한 포핸드가 장점이며 어린 나이답지 않게 네트 플레이가 좋고 코트를 넓게 사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랭킹 150위대에 머물렀으나 올해 3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BNP 파리바오픈, 8월 로저스컵 등을 제패하며 이름을 알렸다.

안드레스쿠는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백전노장 윌리엄스를 맞이했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갔다. 안드레스쿠는 1세트 초반부터 윌리엄스의 잇단 더블폴트 등으로 리드를 잡아갔다. 결국 게임스코어 5-3에서 다시 한번 윌리엄스의 더블 폴트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와 42분 만에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서 안드레스쿠는 윌리엄스의 맹추격을 받으며 게임스코어 5-5까지 가는 등 팽팽한 접전을 벌였으나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승부를 매조지했다.

승리했을 경우 메이저 대회 단식 24회 우승으로 마거릿 코트(은퇴·호주)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윌리엄스는 결국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2017년 9월 출산 후 2018년 상반기에 코트로 돌아온 윌리엄스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올해도 윔블던과 US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윌리엄스는 서브 최고 시속이 193㎞를 찍어 178㎞의 안드레스쿠를 압도했으나 2세트 들어 첫 서브 성공률이 38%에 그치면서 강서브의 위력이 반감됐다. 실책은 33개로 안드레스쿠(17개)보다 2배 가량 많으며 스스로 무너졌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