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지 28일 만에 인사청문회가 가까스로 열렸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엽적인 의혹을 반복 질의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여당은 야당의 공세를 후보자 대신 해명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후보자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국민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모두발언을 듣고싶지 않다는 야당의 반발이 있었지만 조 후보자는 “한번 말씀 올리고 싶다”며 “제 잘못이다. 박탈감과 함께 깊은 상처를 받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증인 선서 도중 2019년을 1919년이라고 잘못 말하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의혹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청문회의 주요 쟁점은 조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이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반복되는 데 그쳤다. 핵심 의혹이었던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의혹은 김형갑 웅동학원 이사가 오후 4시15분쯤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가 나올 때까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 내외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연락한 것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가 “어떻게 기사가 이렇게 나가느냐”고 최 총장과 나눈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문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처가 통화하는 끝에 (전화를 넘겨)받아서 했다”고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파일 정보가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포렌식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 의원은 “(딸 논문) 파일은 회사 소속,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PC로 작성된 것”이라면서 작성 기록은 포렌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후보자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된 표창장은 제 휴대전화에도 들어와 있다”고 소개했다.
여당 의원들은 제기된 의혹을 적극 방어하는 데 나섰다. 야당 의원들이 질의하면 다음 순서인 여당 의원이 조 후보자 대신 답변을 하는 장면도 여러 번 연출됐다. 김진태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생년월일을 바꾼 것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유리하게 하기 위함이고, 이를 후보자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판사가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딸의 변경 전 생년월일이 적혀 있는 합격통지서를 들어 보이며 “의전원 합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내내 포털사이트에는 질의 의원들의 이름이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여당 의원임에도 비판적 질의를 한 금태섭 의원에게는 항의가 빗발쳤고, 조 후보자를 적극 옹호한 같은 당 박주민, 김종민 의원에게는 후원금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금 의원은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적임자인지 많은 분의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보면 과연 검찰 개혁 적임자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조국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조국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라고 했다.
심희정 이가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