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글로불린 요법 주목… “습관성 유산 치료에 효과”

입력 2019-09-08 18:20
최근 스트레스와 과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난임으로 고통 받는 가임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기혼자 가운데 약 10~15% 가량이 난임을 겪고 있으며, 난임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임신 후 반복적으로 유산을 겪는 ‘습관성 유산’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습관성 유산은 임신 20주 이전에 자연유산이 3회 이상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임신의 0.3%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산 경험 횟수가 늘어날수록 또 다시 유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세 번 유산 후 그 다음 임신이 유산될 가능성은 30%, 네 번 유산 후에는 최대 50%에 달한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면역학적 요인, 감염과 내분비학적 요인 등 다양하다. 주된 원인은 면역학적 요인이다. 면역력이 과한 임신부의 경우 자궁의 면역시스템이 태아를 외부 물질로 인식해 성장을 억제하고 태반 유입 혈류를 방해해 유산을 야기하는 것이다.

면역학적 요인에 의한 습관성 유산은 주사 형태인 면역글로불린 요법이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은 혈액제제로, 면역력을 완화해 자신을 공격하지 않게 하는 원리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이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2회 이상 유산을 경험한 환자 가운데 세포성 면역 이상을 동반한 환자에게 임신 4~6주부터 30주까지 3주 간격으로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체중(kg)당 0.4g씩 투여한 결과, 출생률은 8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정 조건에 맞춰 면역글로불린 제제를 투여한 환자의 경우 출산율이 96.3%였던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출산율은 30.6%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창우 마리아병원 가임력보존센터장은 “세포성 면역 이상 문제가 있는 반복유산 환자에게 면역글로불린 요법을 적용하면 유산율을 20% 이하(혹은 상당 수준)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면역글로불린 요법이 임신 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고 일선 병원에서의 처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면역글로불린 요법이 면역학적 요인에 따른 습관성 유산의 사실상 유일한 치료제인 만큼,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난임 치료지원 확대방안에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시술 시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횟수도 늘렸다. 하지만 습관성 유산에 관한 지원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최근 면역글로불린 요법이 임의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됐고, 이는 치료 효과가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최근 정부의 난임 지원 혜택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습관성 유산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