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또 헌법 개정… 김정은 권한 강화

입력 2019-08-30 00:21

북한이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제14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4월에 이어 또 한 차례 헌법 개정을 하고 김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대미·대남 메시지 발표는 없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대의원 687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가 열려 헌법 개정을 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법률 개정이나 조직 개편, 국가 예산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정보고를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와 권능과 관련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선거하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는 선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새로운 조문으로 규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법령, 국무위원회 중요 정령과 결정을 공포한다는 내용과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를 임명·소환한다는 내용을 새로 보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더욱 공고히 되고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최고영도자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개헌을 통해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맡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1차 회의 때도 헌법을 개정해 김 위원장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하고 대외적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했다.

2차 회의에선 김 위원장이 불참하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대미·대남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연이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과 ‘말 폭탄’으로 한국과 미국을 자극해온 북한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회의가 김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이렇게 급하게 회의를 열 필요는 없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래 계획과 달리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조직 문제도 안건으로 다뤄져 김영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해임되고 박용일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