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원상회복해야 지소미아 재검토… 공은 일본에 있다”

입력 2019-08-29 04:0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 시행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차장은 “안보 문제와 수출 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서영희 기자

청와대는 28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한국 제외 조치 시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일본이 앞서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를 발표하면서 양국의 신뢰 관계가 깨진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한·일 지소미아 관련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최근 일본은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우리가 수출 규제 조치를 일본 안보 문제인 지소미아와 연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초 안보 문제와 수출 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 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의 주장처럼 양국 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일본의 지도층들은 마치 우리가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며 “더구나 아베 신조 총리는 우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최근 두 번이나 언급하면서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특히 “고노 다로 외무상은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역사를 바꿔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이 일본 정치인들을 규탄한 것은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 제공자가 일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국 정부에 불만을 쏟아내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으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은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 희망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지소미아 종료에도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기밀공유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가) 주한미군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유감을 표명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통화는 있었지만 유감 표명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차장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소미아 종료까지 3개월이 남아 있어 이 기간 중 양측이 타개책을 찾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에 따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각종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두 사안은) 전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의 조치에 대해 엄중히 항의했다.

임성수 이상헌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