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국제사회와 감정싸움을 벌이던 브라질이 산불 진화를 위한 국제 지원금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제사회 및 환경단체들이 화재 관리 부실을 비판하자 ‘주권 침해’라며 반발한 데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다만 지원금은 반드시 브라질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오타비우 두 헤구 바후스 브라질 대통령실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는 (해외) 단체들은 물론 국가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데 열린 입장”이라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후스 대변인은 “브라질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지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 브라질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주권을 훼손하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지원금이 브라질의 관리하에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산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대형 산불은 세계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지난 26일 끝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산불 진화를 돕기 위해 2000만 달러(242억원)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브라질 정부와의 갈등이 생기면서 지원금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문제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아마존 산불을 G7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이번 산불과 연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EU는 메르코수르와 FTA를 맺는 조건으로 브라질이 2030년까지 아마존 불법벌목을 완전 종식하는 내용 등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준수토록 요구했는데, 브라질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문제를 G7에서 논의하는 것은 식민지적 사고방식이라며 ‘아마존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브라질은 “마크롱은 세계문화유산인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예측 가능했던 화재조차 피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집과 식민지들’이나 챙기라며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크롱이 (나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 그는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며 G7 지원의 조건을 내건 바 있다. AFP통신은 바후스 대변인의 이날 성명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모욕 발언 철회’ 요구를 사실상 내려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