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8월 소비자 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 초만 해도 온갖 부정적인 경제 전망에도 민간소비는 건실했다. 그런데 일본 수출규제와 수출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5월부터 소비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매년 기업들의 숨통을 트여줬던 추석 특수마저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추석 연휴 매출이 일년 사업을 좌우하는 일부 생필품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추석이 예년보다 이르고 연휴도 짧아 불안감이 더하다. 한국 경제에는 자칫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시작된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 실적이 나쁘지 않다. 매년 예약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일단 선방했다는 평가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한여름인 7월 말부터 이른 추석에 어울리는 선물세트를 출시하고 열심히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한우, 굴비, 과일 등 전통적인 고급 선물세트들이 여전히 잘 팔렸다. 특히 대형마트에서는 한우 선물세트가 급신장했다. 한우와 함께 추석 선물세트의 스테디셀러인 프리미엄 굴비 세트도 여전히 잘 나간다.
불경기를 반영하듯 초저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10만원 이하 선물세트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온라인전용 선물세트 중에는 3만원이 채 안 되는 상품도 많다. 초고가와 초저가 상품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업계 동향이 추석 선물세트 시장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단순히 가격을 낮춘 게 아니라 실용성 있는 선물세트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커피, 건강식품은 물론 밀키트까지 추석 선물세트로 출시됐다. 과거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던 만원 미만 음료 선물세트라도 가격 대비 성능만 따라준다면 주저 없이 구매한다.
가치 소비도 늘었다. 유통업계는 최근 앞 다투어 추석 선물세트 ‘친환경 포장’을 과시했다. 과대포장된 선물세트를 보면 겉치레에 만족감을 느끼기보다 환경을 더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