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떤 품목 추가 타격할지…” 불확실성 증가… 업계 불안 고조

입력 2019-08-29 04:02

일본이 28일 통관 절차에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하면서 우리 기업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임의로 수출을 막을 수 있는 품목이 크게 늘어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의 조치는 외교적 사안을 경제 수단으로 보복한 것”이라며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밸류체인(GVC)에 큰 충격을 줘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협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적기에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지 못하면 ‘수입-가공-수출’에 연쇄 교란이 발생해 전·후방 산업을 담당하는 국가들의 동시다발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세계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한·일의 협력 관계를 이해해 조속히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사태 악화 방지와 관계 복원을 위해 대화에 성의 있게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업계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변화가 불투명해 혼란스러워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략물자 중 자율준수 프로그램(ICP) 기업은 개별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개별허가 품목은 ICP 기업이라도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면서 “전략물자 아닌 품목도 ‘캐치 올’(비전략물자라도 무기 관련 용도 사용이 의심되면 허가 필요)이 적용되는 등 내용이 무척 복잡하다. 전략물자의 범위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ICP 인증을 받은 기업과 거래하는 업체는 기존대로 거래를 할 수 있다. 반도체업계는 대부분 일본의 ICP 기업과 거래한다. 이 기업들은 일본이 명시하는 개별 허가 품목을 제외하곤 기존대로 3년에 한 번씩 허가 신청을 하는 ‘일반포괄수출허가’를 허용한다. 하지만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초 일본이 정조준했던 반도체 분야에서 개별허가 추가 소재·부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앞으로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와 전략물자관리원의 명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보의 불명확성 때문에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의 추가 규제 가능성을 두고도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실리콘 웨이퍼는 전략물자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지만 “반도체 완성품 자체가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이에 들어가는 소재·부품도 기본적으로 전략물자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LG화학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파우치 국산화를 위해 국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김명환 사장은 이날 KAB 2019 콘퍼런스에서 “배터리 파우치 필름 국산화를 위해 율촌화학을 비롯한 국내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우치 필름은 파우치 배터리 외부를 감싸서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제품으로, 업계에 따르면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는 국적을 불문하고 품질이 좋고 가격이 더 싼 제품을 써야 했다”면서 “율촌화학이 아직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지만 앞으로 율촌 등 한국 어떤 회사와도 협력하면서 같이 국산화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김준엽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