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원한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갈지자 행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해 “미안하다(Sorry)”라고 말했으나 사과의 뉘앙스는 보이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것이 내가 협상하는 방식(It’s the way I negotiate)”이라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그리고는 “수년 동안 이 방식으로 나는 잘해왔으며 우리나라(미국)를 위해 더 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NYT는 “지구상에서 가장 중대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그의 접근법은 날마다, 심지어 매시간 오락가락하면서 거의 모든 세계에 지정학적 피해를 끼쳤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중국 측 발언에 대한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중국 관리들이 미국 측에 전화를 걸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고,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그들(중국)이 몹시 (미·중 무역협상에) 합의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미·중 양측 간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아는 한 최근 중국과 미국 협상 대표들이 통화한 적은 없다”면서 “미·중 양측은 기술적으로 접촉을 이어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실제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7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중앙재정경제위원회회의를 주재하고 “각 지역 상황에 따라 산업을 합리적으로 배치해 최적화된 발전의 길로 가야 한다”면서 “고품질 발전을 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현직 수뇌부 모임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이후 처음으로 시 주석이 주재한 경제 관련 회의에서 나온 발언으로 중국 지도부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장기전 태세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와 중국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산업 기초를 고급화하고 산업 사슬의 현대화 전략을 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 규모 세계 1위인 중국은 모든 공업 분야를 갖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 간 산업 협력과 기술 협력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자”고 주문했다.
중국 언론들도 전의를 불태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고, 글로벌 산업 사슬 안전을 위협한다”며 “중국은 절대로 중대한 원칙에서 양보하지 않으며, 어떠한 도발에도 반드시 반격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