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 무역협상 재개할 것”… 갈지자 행보

입력 2019-08-27 04:07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취재 중인 기자들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생중계하는 TV를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미국과 중국은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중국 관리들이 전날 밤 미국 무역협상단에게 전화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양국이 조만간 무역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며칠 사이 몇 차례나 입장을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면서 국제적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중국)은 우리와 협상하고 싶어한다”며 “중국과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해보려 한다. 우리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이틀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이라고 맹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시 말을 바꿔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했다. 그는 미리 예고한 대중 관세율 추가 인상 방침을 유예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도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번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를 두고 미국 관료들조차 혼란을 겪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중의 관세전쟁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대중국 강경 조치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기대감 섞인 보도들이 이어지자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강경 노선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이전과 다름없이 단호하다”며 “그는 좋은 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라면서도 “하지만 금융·무역과 관련해 우리는 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혼선에 일조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이 매우 잘못 해석됐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더 높이 올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고 밝힌 이유는 더 강한 정책을 펼치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으로 미·중 양국의 협상이 순식간에 뒤집어지며 미 관료들조차 자국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지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에 모순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이형민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