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난 민심 외면한 채 조국 비호하는 여권

입력 2019-08-22 04:01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할 단계 넘어
임명 강행 땐 文정부 국정 원칙 훼손
민심의 이반과 저항도 심각해 질 것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는데도 청와대의 분위기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조 후보자 스스로 제기된 의혹의 진상을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면 돌파’한다는 기조라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 방어에 올인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는데도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는커녕 조 후보자 엄호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언론과 야당의 문제 제기를 야만적 인신 공격·흠집 내기이며, 사법 개혁을 막기 위한 음모로 몰아붙인다. 조 후보자가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문제 없다고 강변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조국 카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문재인 정권의 개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인 조 후보자가 낙마했을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조 후보자는 현 정권의 첫 민정수석으로서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적폐청산’을 진두 지휘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각별하다.

하지만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은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도덕성에 근본적 의문부호가 찍혔다. 이미 명백한 법 위반도 적지 않다. 법무부 장관을 수행할 자격에 심각한 흠결이 드러났다. 청와대도 조 후보자의 자질 문제를 이제 못 본 체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에 섰던 공직 후보자 중 이처럼 말과 행동이 표리부동한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이중잣대가 체질이 됐고,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에게 법치를 책임지는 장관직을 맡겨선 안 된다.

웅동학원을 둘러싼 수상한 소송, 의혹투성이인 사모펀드 의혹을 보면 조 후보자가 최소한의 공인 의식을 가졌는지도 의심스럽다. 법률 지식을 이용해 부담은 철저히 면제받고 이권은 챙기는 ‘법꾸라지’에 다름아니다. 자녀의 부정 입학과 장학금 수령 의혹까지 더해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법 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라 부동산 차명 보유, 웅동학원 채무면탈, 사모펀드 투자, 명예훼손 관련 고소·고발 건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자다. 검사의 수사를 받아야 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고 소신 있게 사법 개혁을 하리라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

조 후보자 문제는 정파적으로 판단할 단계를 넘어섰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 등 국정 모토의 진실성이 시험대에 섰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정 원칙이 흔들릴 뿐 아니라 민심의 이반과 저항도 예상을 넘을 것이다. 여권이 조 후보자를 감싸고 엄호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