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대회에서 외적 요인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교한 대회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으로 대회를 진행하는 라어잇 게임즈는 지난달 26일 국내 e스포츠 대회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게임 내 캐릭터 탈리야와 제이스의 선택을 금지했다. 두 캐릭터가 등장할 때 게임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대회에서 캐릭터 선택을 금지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문제는 통보 시점이었다. 주최 측이 프로게임단에 이 사실을 알린 건 금지 규칙을 적용하기로 한 날 당일, 지난달 26일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둔 담원 게이밍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금지 캐릭터를 핵심으로 한 전략을 짜온 참이었다. 하루아침에 전략이 무효화된 담원은 임기응변으로 경기에 임해야 했다.
‘오버워치’ 종목으로 북미에서 대회를 진행 중인 블리자드는 이른바 ‘역할 고정’ 규칙 도입을 최근 강행했다. 선수들이 강력한 캐릭터만 고집하는 일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다양한 캐릭터 선택을 강제한 것이다. 주최 측에서는 팀워크를 장려하기 위해 이 같은 특단의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난데 없는 규칙 변화에 프로게임단들은 시즌 막바지에 전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했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는 접속 장애로 울었다. 이달 초 국제대회 ‘2019 PUBG 네이션스 컵’ 도중 한국 선수가 게임에서 튕겨 캐릭터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1위 경쟁 중이었던 한국 팀은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감독은 “사고는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선수가 자신의 기량과 관계없이 게임에서 이탈한 점은 꺼림칙한 뒷맛을 남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다 확실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시즌 진행 중 패치, 버그로 변수가 생기는 걸 줄여나갈 확실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런 일이 생길 경우 피해는 팀과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며 “선수협회를 구성해 문제제기를 하는 등 체계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