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해 한 달 넘게 장외투쟁 벌였지만 남은 건 참담한 지지율… 국민 마음 읽지 못한 결과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거리로 나설 모양이다. 황교안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는 ‘대한민국 살리기 구국 투쟁’을 신호탄으로, 장외투쟁·원내투쟁·정책투쟁을 동시에 전개하는 강력한 대여 투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민생, 외교, 안보는 물론 법치, 통합, 공정, 평등 같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국당 지적대로 요즘 경제, 외교, 안보 분야에서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예상과 달리 2%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한·일 경제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전 모드로 접어들었다. 설상가상 남북 관계 또한 좀처럼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꼬이기만 한다. 정부가 비판받아 마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과 생각을 바꾸라는 야당의 요구는 당연하다.
그러나 장외투쟁은 대여 견제의 올바른 수단이 아니다. 외려 한국당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고립을 부채질할 뿐이다. 당장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당은 제도권 정당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제도권 안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국회가 아닌 광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책임있는 야당의 자세가 아니다. 장외투쟁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걸핏하면 꺼내 쓰는 수단이 되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한국당은 벌써 3개월 전의 장외투쟁 경험을 잊었나.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항의해 4월 20일부터 5월 25일까지 한 달 넘게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한 지지율이었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황 대표가 3개월 만에 실패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과 다름없다. 국회 활동을 못하는 황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쇼’라는 얘기가 아무 근거 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에 대해 일부 염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장외투쟁의 역기능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적 공감은 고사하고 당내에서조차 이견이 많은 장외투쟁 결과를 전망하는 건 아주 쉽다. 더욱이 정기국회가 코앞이다. 막다른 길인줄 뻔히 알면서도 길을 바꾸지 않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사설] 정기국회 코앞인데 장외투쟁 선언한 한국당
입력 2019-08-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