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문 대통령 경축사 맹비난… 동해상에 발사체 2발 쏴

입력 2019-08-17 04:02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를 맹비난 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북한이 통미봉남(미국과만 협상하고 남한은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 의지를 분명히 밝힌 가운데 비난 수위를 높이고,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남북 관계 경색은 길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6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평통은 “남조선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 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우러러보며 큰 소리로 웃는다)할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소대가리’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과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이번 담화는 전날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고 ‘남조선 당국자’로 칭했다.

북한은 또 이날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건 2발이고, 비행거리는 약 230㎞, 고도는 30㎞”라며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지만 좀 더 정밀한 분석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3주 새 총 6차례나 발사체를 시험사격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과 시기를 맞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남한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0일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이 종료된 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시작돼도 남북 관계는 연말까지 답보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를 비난한 것을 보면 당국의 공식입장 표명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은 무례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