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석탄재, 통관 길어지면 굳어서 못써”

입력 2019-08-16 04:05

정부가 일본산 석탄재의 통관 절차를 강화하자 시멘트업계가 “사실상 수입 중단이나 다름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금속·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는 이유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 조치로 도리어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시멘트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부의 강화된 석탄재 수입 심사 절차가 적용되면 대략 한 달간 석탄재를 쌓아둔 채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석탄재는 방치 시간이 길어지면 굳기 때문에 원료로써 가치가 사라져버린다.

발전사는 석탄재가 폐기물이지만 시멘트 공장에선 핵심 원료다. 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석탄재 재활용을 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에선 시멘트와 물, 자갈, 모래 등을 혼합하는 레미콘에도 석탄재가 들어가 전반적으로 수요량이 많다.

업계에선 까다로워진 통관 절차로 인해 수입량이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산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공급량이 그만큼 될지 미지수다.

업계의 우려를 인식한 정부는 이른 시일 내 국내 발전사에서 나온 석탄재로 일본산 수입 물량을 충당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멘트업계·발전사와 이달 중 협의체를 만들어 적절한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염 우려를 이번 제재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승헌 군산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한국, 일본 모두 연탄을 스스로 생산하기보다 호주,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석탄을 쓰기 때문에 석탄재의 안전성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산이 아예 대체불가능한 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본산 석탄재를 많이 쓰는 건 가격이 좀 더 싸기 때문”이라며 “좀 더 비용이 들 뿐이지 석탄재 수급은 국산을 포함해 다른 국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석탄재 재활용이 활성화되려면 매립부담금을 늘리거나 처리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시멘트 업체에 석탄재를 보내면 t당 약 3만원의 처리비용을 내야 한다. 반면 발전소가 재활용을 안 하고 매립하면 t당 1만원의 환경부담금만 내면 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