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숨고르기 양상… 문, 광복절 메시지 주목

입력 2019-08-12 04:02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일본의 수출 규제 국면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5일 74주년 광복절 연설 때 공개할 대일 메시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마련된 연설문 초안을 놓고 참모들과 의논하며 최종안을 고심하고 있다. 연설에는 극일(克日) 발언이 주를 이루되, 전략적 대응을 위한 수위 조절과 함께 건설적인 한·일 관계에 대한 구상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역시 메시지 초안을 바탕으로 연설문 독회(讀會)를 진행 중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독회에는 주요 수석과 비서관이 참석해 문장 한 줄과 단어 하나까지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비서실장이 독회를 주재하는 것도 청와대가 이번 광복절 연설에 신경을 쓴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일의 방향으로 언급했던 ‘남북 평화경제’ 메시지도 연설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언급한 만큼, 일본에 대화를 요청하되 일본의 조치가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는 행위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광복절 전까지 일본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청와대가 수출 규제 국면 이후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연설문 최종안이 나온 것이 아니다”며 “광복절 즈음까지 상황을 반영해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일 외교 양국도 숨 고르기를 하며 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라이브에 출연해 “외교 당국, 외교 채널에서는 (일본과) 소통과 대화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도) 대화와 외교적인 소통을 통해서 상황을 관리하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그러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 당국자도 지난 9일 한국 특파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시한 기존 ‘1+1(한·일 기업이 재원을 마련)’ 방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한국이 새 해결책을 제시해주면 공동으로 지혜를 모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세환 이상헌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