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문의 남자’ 조국 “서해맹산 각오로 검찰 개혁”

입력 2019-08-09 18:14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문(文)의 남자’로 불리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아왔다. 그는 9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완성하는 개각 명단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서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일성을 내놨다.

조 후보자는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저의 소명으로 이 과정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이제 뙤약볕을 꺼리지 않는 8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땀 흘릴 기회를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서해맹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시 ‘진중음(陣中吟)’에 나오는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를 줄인 말이다. 임금의 피난 소식을 접한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찌르겠다는 의지와 애국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안다’는 뜻이다. 그만큼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 인사를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고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준비했다거나 거론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오래된 구상이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첫 민정수석 때부터 검찰개혁을 강조했고, 완수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2011년 대선주자 시절엔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내고 “다음 민주정부의 첫 개혁과제는 단연 검찰개혁이 돼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당시 출판기념 북 콘서트에서 사회를 본 조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위해 어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할 것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우리 조국 교수님이 어떻습니까”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특히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권력기관 개혁은 법제화 과정이 남아있다. 그런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란다”고 말한 후 여권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문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노선을 밟아온 조 후보자를 ‘개혁의 아이콘’으로 띄워 차기 대선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시험대 앞에 선 조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사법개혁을 완수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임명 전부터 “조국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야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개각이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 인식 자체가 잘못된 조 후보자 내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청문 과정에서 도덕성, 업무 능력, 기본적인 태도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향후 삶을 반추하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며 “정책 비전도 꼼꼼히 준비해 국민께 말씀 올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나래 박상은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