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각은 각 분야 전문가를 앞세워 한·일 갈등과 북·미 협상 전개 등 당면한 현안과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유영민 장관의 유임이 예상됐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깜짝 발탁’한 것은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개발 역사에 산 증인으로 불리며, 지금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인 최 후보자는 저전력 시스템분야 전문가이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으로, 반도체와 AI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인사다.
조윤제 주미대사 후임으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낙점한 것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적극 추동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외무고시(9기) 출신 정통 외교관으로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으로 일했고,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맡았다. 주독일 대사를 지낸 후 외교부를 떠나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복귀하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에는 각각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과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이고, 이 후보자는 여성평화외교포럼 공동대표로 여성과 국제사회 관련 교육연구 활동에 매진해온 원로 사회학자로 현재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장도 맡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과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각각 지명됐다. 방송통신위원장은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발탁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으로 격상된 국가보훈처장에는 박삼득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이 내정됐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장관급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내정했고, 차관급인 국립외교원 원장에는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를 임명했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정권 모두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선거캠프에서 안보상황단에서 활동하며 각종 외교·안보 공약을 만드는데 기여했고,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회와 외교부 혁신외부자문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시해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