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놓고 갈등 증폭

입력 2019-08-09 04:01
서울시가 국제현상 설계 공모를 통해 확정한 광화문광장의 조감도 ‘딥 서피스(Deep Surface)’. 현 광화문광장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차선을 대폭 축소했다. 서울시 제공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또다시 충돌했다. 행안부가 경복궁 월대(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 발굴조사를 늦춰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서울시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전반적인 사업 일정을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2021년 5월로 예정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준공도 차질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행안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시민들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소통해 사업을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영 행안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8일 서울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갖고 “행안부 의견을 경청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요구를 수용해 실무적인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행안부가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달말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이해관계자 국민 시민 시민단체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고 보며, 이에 따라 전반적인 사업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서울시의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정부서울청사 일부 부지와 건물의 기능에 변화가 예상돼 내부 반발이 있는데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통 부족에 대해 진 부시장은 “시민위원회가 전문가 10명을 포함해 15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분들과 59차례 회의했고 지역주민들과도 7차례 소통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과 연계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불의에 맞섰던 광장을 보다 온전하게 시민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와 함께 일제가 훼손해놓은 광화문 월대, 의정부 터 등 역사를 복원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을 중재해온 청와대는 ‘속도’와 함께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행안부가 (반대) 입장을 거둬 들이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소통을 더 강화해 시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김부겸 전 장관 시절인 올해 1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설계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서울시와 충돌했다. 두 기관은 지난 5월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진영 장관이 지난달 25일 기자단 오찬에서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된 것은 없다. 시간을 두고 생각할 부분이 많다”고 말해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