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모(39·여)씨는 지난달 말 특가상품으로 미리 결제했던 일본 가고시마행 왕복 항공권을 얼마 전 취소했다. 취소 수수료를 6만원이나 물어야 했지만 아깝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201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년 가까이 일본으로 출사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매운동, NO(노) 아베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일본을 찾을 때마다 평균 70만원을 현지에서 썼다.
일본산 불매, 일본 여행 가지 않기가 확산되면서 한국인이 일본 내 가맹점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도 줄어들었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중하순부터 일본 내 가맹점에서 한국인이 결제한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8개 전업 카드사(KB국민·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7월부터 이달 4일까지 한국인이 일본 내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을 취합한 결과다. 결제 금액엔 국내 카드사가 발급한 카드로 한국 여행객이 일본 현지에서 사용한 금액, 일본에 있는 한국 유학생이나 기업·관공서 주재원이 현지에서 사용한 금액, 온라인으로 일본 사이트에서 결제한 금액 등이 포함됐다.
전업 카드사 8곳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한국인이 일본 내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지난달 977억3000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7억원)보다 1.1% 증가했다. 하지만 주 단위로 나누면 상황이 달라진다. ‘NO 아베’ 운동이 확산된 지난달 셋째주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카드 사용액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첫째주(1~7일)는 전년 동기 대비 카드 사용액이 19.3% 증가했었다. 반면 셋째주(15~21일)엔 0.4% 감소했다. 다섯째 주(29일~8월 4일)로 넘어가면 -19.1%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전인 지난 4월부터 준비했던 일본 관련 이벤트는 홍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KB국민·롯데·신한·우리·하나카드는 일본 여행객을 겨냥한 신상품, 할인 이벤트를 마련하고도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홍보 활동을 축소 중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강한 반일 정서가 실제 소비생활에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조 원장은 “국내 기업이 부주의하게 일본 관련 홍보활동을 했더라도 비난의 화살이 일본이 아닌 국내 기업으로 향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