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수명이 짧다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요즘 방송가나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1세대 아이돌’을 보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이들 아이돌 가수는 최근 들어 방송가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요즘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세대 아이돌을 꼽으라면 걸그룹 핑클을 들 수 있다. 핑클 멤버 4명은 지난달 14일부터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JTBC)에 출연 중인데 인기가 상당하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5%를 넘나들고 있고, 온라인 클립 재생 횟수는 방송 2회 만에 1000만뷰를 넘어섰다. 핑클은 오는 19일 데뷔 21주년을 맞아 베스트 앨범까지 발표한다.
god의 인기도 여전하다. 2005년 7집을 끝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4년 컴백한 god는 지난해 데뷔 20주년 기념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명불허전의 위상을 과시했다. 팀의 맏형인 박준형의 유튜브 채널 ‘와썹맨’은 최근 구독자가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화제다.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1세대 아이돌 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경우도 없진 않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H.O.T의 메인 보컬 강타는 최근 여러 여성과 얽힌 사생활 논란으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4일 공개하기로 했던 신곡 발매가 취소됐고, 3~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소속사 가수들과의 합동 공연 ‘SM타운 라이브 2019 인 도쿄’에도 불참했다. S.E.S 멤버 슈는 상습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었고, 젝스키스의 메인 보컬 강성훈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올해 초 팀을 탈퇴하기도 했다.
1세대 아이돌의 활동 방식을 놓고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의 활동이 과거의 팬덤에 기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사실상 많은 1세대 아이돌의 활동이 ‘추억팔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들이 다양한 음악팬의 관심을 모으려면 음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물부터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