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가보복’ D-3… 방콕 외무회담서 돌파구 찾아야

입력 2019-07-30 04:03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가 다음 달 2일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한국 배제 조치를 강행한다면 양국 관계는 당분간 회복하기 힘든 국면에 빠지게 된다.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꽉 막혀 있던 양국 외교채널은 조금씩 회복되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다음 달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지난 4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처음으로 한·일 외교수장이 대면하는 기회다. 회담 시점도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를 결정할 일본 각료회의 바로 전날이다. 외교부에서 일본을 담당하는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도 카운터파트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외교적 협의를 통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철회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양국 갈등의 확대를 막고,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지난달 19일 우리가 제안한 ‘한·일 기업 기금 출연안(1+1안)’을 토대로 일본과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일본이 협상장에 나오면 양측이 합의할 여러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를 철회하려면 앞서 일본에 거부당한 ‘1+1안’을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일본이 이미 배제 조치를 공언했기 때문에 이를 물릴 만한 명분을 우리가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예산으로 기금을 마련하지는 않더라도 정부가 기금 마련을 주도하거나, 아직 대법원 배상 판결을 받지 않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징용 배상 문제 해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빠진다면 우리가 제시한 어떤 대안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끝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강행한다면 한·일 무역갈등은 사실상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조치에 영향을 받는 우리 전략물자가 1100여개 품목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 정부는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조치를 제소할 방침이다. 일본은 징용 배상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CJ 제소에는 상대방(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불응하면 일본은 또 이를 빌미로 추가 보복에 나서거나 독도 영유권 문제를 ICJ에 제소하는 등 전선을 더욱 넓혀갈 수도 있다.

한·일 관계를 잘 아는 한 외교 소식통은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에 대한 일본 내 지지 여론이 높은 데다 이를 유보하거나 철회하겠다는 소식도 일본에서 들려오지 않고 있다”며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회담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