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노사가 단체협약(단협) 교섭 개시 3주 만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주요 완성차 노조가 ‘하투(夏鬪)’의 시동을 건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역대 최단 기간에 합의안을 도출한 것이다. 단협의 조기 타결 배경으론 노사가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건설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제안과 배려라는 소통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 게 꼽힌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노사는 지난 2일 단협 갱신 첫 교섭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25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참여 조합원 77.56%가 찬성하면서 완전 타결됐다.
노사는 그동안 양측의 ‘기 싸움’ 식으로 진행된 관행을 깨고 구성원의 행복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사항)를 파악해 이를 사측에 제시했고, 사측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논의해 협상을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적정한 부분까지 공감했기 때문에 소모전 없이 빠른 시일 내 단협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합의안에는 노사 구성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해서 만든 행복나눔기금을 활용해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금은 향후 60~70개 협력업체의 근로자 6000여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또 작업복 세탁 서비스를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해 장애인 고용을 확대키로 했다.
노사는 희귀·난치병 치료 지원과 난임 치료 등 부담이 큰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젊은 직원들을 위해 주택 구입 시 융자를 확대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행복협의회’(가칭)를 상설 운영해 노사가 정기적인 협상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안은 협력업체 근로자를 돕는 내용에 기존 노조원들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위원장은 “(합의안) 찬반투표 실시 전에 조합원이 얼마만큼 동의를 해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마우면서 부담도 됐다”며 “노사 실무진을 신뢰하고 더 잘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초 임금협상 때도 상견례 시작 후 30분 만에 타결한 바 있다. 김 총괄사장은 “단협 프레임 혁신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사상 최단 기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것은 노사가 함께 만들어 온 신뢰와 상생,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