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다이빙 깜짝 선전에 희망… 미숙한 대회 운영 체면 구겨

입력 2019-07-29 04:03 수정 2019-07-29 17:30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8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다이빙에서 깜짝 동메달, 남자 수구 대표팀의 세계대회 첫 승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여전한 경영 종목 부진은 대표팀에게 숙제를 안겼다. 미국의 카엘렙 드레셀은 2개 대회 연속 최다 관왕의 영예를 안은 반면, 중국 쑨양은 2관왕을 차지하고도 도핑 의혹으로 동료의 외면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 신기록이 쏟아진 대회였지만 정작 국내 선수 유니폼에 국가명이 없고 배영 출발대가 고장나는 등 대회 운영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 경영 세계벽 실감… ‘기대주’ 김서영도 메달 실패
다이빙 김수지 동·남자 수구 첫승 큰 의미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의 권영균이 지난 23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15~16위 순위결정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승부던지기로 승리를 확정짓자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13일 김수지가 다이빙 여자 스프링보드 1m 종목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선수권대회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전패가 예상된 남자 수구팀은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를 꺾고 세계대회 첫 승의 기적을 달성했다. 경영 선수 출신으로 급조된 여자 수구팀도 대패 와중에 소중한 득점을 내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경영에서는 내내 부진했다. 한국 최고 스타 김서영은 주 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서 자신의 기록에 훨씬 못 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데 이어 개인혼영 400m에서도 예선 탈락했다. 임다솔 등 기대주들도 전혀 홈그라운드에서 힘을 못썼다. 2017 부다페스트 대회의 3명 결승진출 기록에도 못미쳤다.

▒ 출발대서 미끄러져 재경기… 시설문제 불거져
선수단복 지급 늦어 임시복 입고 출전도


지난 22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배영 100m 예선에서 이탈리아의 시모네 사비오니가 출발대 고장으로 홀로 출발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세계적 규모의 수영경기에서 출발대가 고장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서 이번 대회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연합뉴스

대한수영연맹이 후원사 계약을 뒤늦게 체결하면서 제대로 된 유니폼이 지급되지 않았다. 다이빙 우하람 등 일부 선수들은 대회 초반 국가명 ‘KOREA’가 아닌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린 옷을 입어야 했다. 오픈워터 수영 대표팀은 경기 직전 퀵서비스로 전달받은 수영모에 ‘KOR’이라는 문구를 적고 출전했다.

황당한 일처리는 이뿐이 아니었다. 지난 22일 남자 배영 100m 예선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출발대 고장으로 소속 조의 경기가 끝난 뒤 홀로 재경기를 했다. 외신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런 문제가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며 비판하는 등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 ‘도핑 논란’ 쑨양, 대기록 세웠지만 박수 못받아
함께 뛴 선수들 악수·사진 촬영마저 거부


지난 26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800m 예선에서 브라질의 주앙 드 루카(왼쪽)가 경기를 마친 뒤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손을 내민 중국의 쑨양을 외면하고 있다. 각국의 선수들은 쑨양의 도핑 의혹을 비난하면서 그와 함께 시상대에 서지 않거나 외면하는 ‘쑨양 패싱’을 벌여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쑨양은 지난 21일 자유형 400m 4연패에 이어 23일 자유형 2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일부 선수가 시상대에 함께 서지 않는 ‘쑨양 패싱’을 선보였다. 지난 26일 남자 계영 800m 예선에서는 브라질 선수가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뻗은 쑨양의 손을 외면하기도 했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고 도핑 검사를 고의로 회피한 쑨양을 선수들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FINA는 부랴부랴 ‘메달 세리머니,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 등을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선수 행동규범 조항을 추가했지만 상당수 수영 선수들이 이를 비판하면서 ‘쑨양 패싱’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 지난대회 7관왕 드레셀, 이번에도 최다관왕 기염
10대 돌풍 거세… 밀라크·맥닐 등 금


지난 26일 미국의 카엘렙 드레셀이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접영 100m 준결승전에서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 뒤 기뻐하고 있다. 드레셀은 2017 부다페스트 대회 7관왕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최다 관왕을 차지하며 수영계 최고스타임을 입증했다. 연합뉴스

2017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7관왕을 기록한 드레셀은 광주에서도 변함없는 괴력을 보여줬다. 자유형 50·100m와 접영 50·100m, 남자 계영 400m, 혼성 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별다른 부상이 없을 경우 1년 후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서도 그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 확실하다.

10대의 돌풍도 거셌다. 2000년생인 밀라크 크리슈토프(헝가리)와 마거릿 맥닐(캐나다), 아리안 티트머스(호주)는 각각 남자 접영 200m, 여자 접영 100m,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세계적 강호들을 누르고 세계선수권대회 첫 금의 영광을 안았다. 여자 배영 200m 준결승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뒤 우승한 리건 스미스(미국)는 불과 17세의 샛별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