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평가 결과를 뒤집은 표면적 이유는 사회통합전형 평가 지표다. 상산고는 불과 0.39점 차이로 전북교육청 재지정(운영성과) 평가에서 떨어졌는데 사회통합전형 평가에서 부당하게 감점을 당했다는 게 교육부 결론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정부·여당의 ‘정치적 셈법’에 충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에 사실상 선전포고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포함한 진보교육계에선 문재인정부 들어 잦아들었던 ‘교육부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26일 “(상산고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비율 적용을 중점 검토했다”고 밝혔다. 먼저 문제 삼은 부분은 사회통합전형 선발 비율을 교육청이 ‘정량평가’했다는 점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은 자사고 입학전형의 20% 이상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등에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은 부칙에서 상산고처럼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1기 자사고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런 조항에도 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관련 지표에서 4.0점 만점에 1.60점을 줬다. 상산고는 정원의 3% 사회통합전형으로 뽑아 왔다. 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10%를 만점으로 설정하고 상산고에 2.4점을 감점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제출한 사회통합전형 3%를 승인해놓고 정량평가 기준을 10%로 설정해 (상산고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법하고 부적절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내년 총선에서 전북 지역 민심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고개를 든다. 아울러 교육부가 여권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교육청이 상산고의 일반고 전환 방침을 밝히자 전북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여당에서도 국회의장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반발했다.
정치권 압박은 전방위로 진행됐다. 상산고가 있는 전북 전주을이 지역구인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1명은 교육부에 상산고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말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정 의원은 “전북교육청의 독단적이고 불공평한 평가로 전북의 소중한 자산인 상산고를 잃을 위기”라고 주장했다.
교육계에선 내년 총선 출마를 생각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런 압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특히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 전북의 거점인 전주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전주 지역은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를 박탈할 경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전북에선 “인구가 줄어드는데 굳이 명문고를 없애려 하는가”란 반발이 있었다.
후유증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초·중등 교육 권한 지방 이양’ 등 교육 공약 파기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북교육청은 “교육부는 정책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등을 돌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과 국가교육회의 위원을 맡고 있다. 누리과정이나 고교무상교육 예산, 고교학점제 등 주요 교육 정책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또다시 교육 정책이 정치에 휘둘렸다는 비난은 교육부로선 가장 아픈 대목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