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전 14기로 개그맨 데뷔… ‘행복의 힘’ 지닌 사람 되고 싶어”

입력 2019-07-30 17:54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드림업미디어에서 만난 개그맨 이문재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이문재 제공

“개그맨 시험에 몇 번 떨어지니 실패가 익숙해지더라고요. 나는 실패하면 안 되는 사람이란 것을 깨달은 뒤로는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많은 실패를 겪고 나서야 저의 가치를 찾게 된 거죠.”

‘나쁜 사람’ ‘두근두근’ 등 개그콘서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코너 속 주인공 이문재. 사람들을 웃게 하는 개그맨이 되기까지 그는 웃는 날보다 울었던 날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발견했다는 그를 최근 서울 서초구 드림업미디어에서 만났다.

△개그맨이란 꿈은 어떻게 갖게 됐나요.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 흘러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개그하는 사람은 다 똑같거든요. 그냥 웃고 싶고, 웃기고 싶은 게 너무 좋은 거예요. 개그콘서트 ‘깜빡 홈쇼핑’에 ‘안어벙’으로 나온 안상태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만 나오면 세상이 다 웃는 겁니다. ‘저런 행복의 힘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하고 개그맨이 된 겁니다.”

△공채 개그맨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셨나요.

“공채시험이 3차까지 있는데 공채시험용 개그와 방송용 개그는 좀 다릅니다. 공채시험용 개그에서는 가능성과 나에 대한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데, 개그 지망생일 때 시험에서 수없이 떨어졌죠. 극단 ‘옹알스’와 함께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서 코미디언에 대한 가치관을 찾게 됐어요. 원래는 개그맨이 좋아서 했고, 그다음에는 가치관을 찾게 된 후 시험에 응시했더니 붙게 되더라고요.”

△개그맨은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직업인데, 그런 것에서 오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는 없었나요.

“2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외삼촌이 돌아가시면서 큰일을 연이어 겪었습니다. 녹화 전날에 녹화는 해야 하고, 어머니께서는 너무 슬퍼하시고 저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무대에 올라가서 웃기고 있다가도 내려오자마자 얼굴이 싹 굳어지게 되더라고요. 코미디언을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나는 힘든데 웃겨야 할 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희 코미디언들은 함께 해주거든요. 함께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기뻐해 주고…. 이런 집단화에서는 저희 개그맨들을 많이 부러워하시더라고요.”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수업을 담당하고, 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지식과 정보전달 이런 것은 사실 연기와 예능, 방송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저는 실수하지 말고 방송국 분들에게 잘하고, 후배 챙기고, 선배 잘 모시라고 말합니다. 똑바로 처신하며 연기연습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울 때는 이렇게 울어, 웃길 때는 이렇게 웃겨’라고 하는 답은 절대 없거든요. 개그맨 시험에서 13번 떨어진(웃음) 제 이야기도 해주며 울타리가 되어줄 테니 정말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개그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때가 아닐까요. 개그맨 지망생일 때는 집에서 응원을 해주시긴 했지만 싫어하셨거든요. 29세에 개그맨 지망생이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응원하면서도 ‘그걸 꼭 해야겠냐’며 얘기했었죠.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이르러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게 된 거죠. 그 후로는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녀요. 너무 뿌듯하고 좋은 거예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잘못하면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욕을 먹게 되다 보니 사고 치지 않고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일단은 더 늦기 전에 결혼해야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빨리 결혼하라고 하시거든요.(웃음) 다음에는 서울과 경기권을 벗어나지 않는 곳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40대 정도까지 잡아 놓았고요. 그 후에는 죽도록 열심히 일하며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일과 사랑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임용환 드림업 기자 yhlim@dreamu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