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법리싸움에 달렸다

입력 2019-07-17 04:11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놓고 한·일 양국이 치열한 법리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법의 5개 조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3개 조항은 한국 정부의 공격 카드로 꼽힌다.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이에 맞서 일본 정부는 안보와 관련된 2개 조항을 골격으로 삼아 당위성 설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분쟁해결 절차를 진행할 때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6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국제통상법적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WTO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쟁점 법안을 분석했다.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출 제한 외에 안보상 우방국 지위인 ‘화이트리스트 국가(백색국가)’에서 제외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감안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일의 격돌지점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조문 가운데 5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GATT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제소국의 이의제기가 합당한지 검토할 때 쓰이는 잣대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3개 조항이 공략 포인트다. GATT 1조1항에 근거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한지를 따질 수 있다. 조항에 따르면 수출 특혜, 즉 최혜국대우를 철회하는 것도 예외적 사유가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금지된다.

WTO 회원국 간에 ‘일관적이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통상 관련 제도·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10조3항도 한국이 일본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한국만 ‘콕’ 집어 제재를 가했기에 위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11조1항도 한국에 유리한 규정이다. 단 실제 수출 물량이 줄었다는 자료가 필요하다.


일본은 안보와 관련된 20조 및 21조를 반격 카드로 쓸 확률이 높다. 이 조항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수출 제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이해당사국 간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자국에 정말 필요한 조치인지를 증명할 필요성도 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한국 정부가 역공을 할 수 있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WTO 제소 이전에 양자·다자 차원의 외교적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과 같은 ‘상응 조치’ ‘맞불’은 향후 보복조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