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전망이 1분기 만에 다시 급락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비롯해 각종 대외 악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3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73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100 이상이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100 미만이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BSI는 1분기 67로 매우 부정적이었다가 2분기 87로 반등했으나 1분기 만에 다시 떨어졌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교역 둔화세로 수출 감소가 7개월째 이어지는 등 경제·산업 전반의 성장 모멘텀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 하반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체감경기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수출 업종은 모두 전망이 어두웠다. IT가전(81), 정유·화학(75), 기계(73), 전기장비(66), 철강(64), 자동차·부품(61) 등이 모두 3분기에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정밀(117)과 제약(100) 정도만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실적 목표치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60.6%가 ‘못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목표치 달성’은 37.3%, ‘초과 달성’은 2.1%로 나타났다. 목표치 미달의 이유로는 ‘내수침체 장기화(84.9%)’ ‘고용환경 변화(28%)’ ‘미·중 무역분쟁 심화(18.7%)’ 등이라고 답했다.
한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경우 연간 경상흑자도 100억 달러(약 11조7820억원)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아이린 최 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고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차질을 줄 핵심 소재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만약 한국의 일본산 에칭가스 수입이 전면 중단될 경우 수입 에칭가스의 44%를 대체해야 한다”며 “(대체 실패로) 반도체 수출이 44% 줄어들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은 8%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출 금지 품목이 반도체 외 정보기술(IT) 및 자동차·화학 등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이들 품목의 수출이 10% 줄면 1년간 경상흑자 규모는 320억 달러(약 37조7088억원)로 쪼그라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김준엽 박재찬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