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경제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도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와 협의를 요청한 데 이어 두 번째 공개 발언에서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조치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어서 문 대통령도 장기전 대비를 언급했다. 경제계 인사들도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30대 기업 회장 및 부회장과 경제단체 주요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의 이유로 처음에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들었다가 이후엔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여러 정치적 핑계를 대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가)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악영향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의미다.
외교적 해결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 상황”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등의 표현을 쓰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 지원체계를 운영해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입처 다변화, 국내 생산 확대, 해외 원천기술 도입에 정부가 적극 나서겠다며 관련 인허가 절차 최소화, 추가경정예산안에 기술개발 예산 반영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우리 주력 산업의 핵심기술·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계도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업인들은 ‘단기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이번 일본의 조치가 양국 경제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도 총력을 다해 설득하겠다’고 말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처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