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비율이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전보다 29배 증가했지만 연명의료 결정 10건 가운데 7건은 가족이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 결정은 임종기를 맞아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 연명의료를 시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허대석 교수팀은 2018년 2월 5일부터 2019년 2월 5일까지 연명의료 결정 서식(POLST)을 작성한 뒤 사망한 19세 이상 성인 환자 809명 사례 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809명 중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 결정 서식에 서명한 비율은 29%(231명)로, 이전의 1%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전히 연명의료 결정의 71%는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환자 본인 의사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연명의료 결정은 크게 ‘유보’와 ‘중단’으로 나뉜다. 유보란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며 중단은 연명의료를 진행하던 중 그만두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231명) 유보 비율이 98.3%(227명)이고 중단은 1.7%(4명)에 불과했다. 반면 가족이 연명의료를 결정한 경우(578명) 중단 비율은 13.3%(77명)로 가족과 본인의 연명의료 결정은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즉 환자 스스로 결정할 때는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하지 않는 경향이 우세하고 가족이 결정하는 경우는 중도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중단 사례가 많은 셈이다.
한편 임종 1개월 내 말기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1.8%에서 2012년 19.9%, 2018년 30.4%로 늘었다. 법 시행 후 임종을 앞둔 환자의 중환자실 이용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허대석 교수는 “환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등 고무적인 점이 있지만 가족과 본인의 결정이 다른 경향을 보이는 점, 중환자실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점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