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치닫는 한·일… 해결 돌파구는 정상회담?

입력 2019-07-06 04:01

‘강대강’ 대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정상회담 재개를 거론했다. 정부가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했지만 외교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효과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여전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5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남 대사는 전날 도쿄신문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악화와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만한 빠른 해결을 바라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대사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일본 측이 응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 대사의 한·일 정상회담 재개 거론에 대해 “주일대사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주일대사는 대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각자 역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 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과는 별개로 외교적 해결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윤곽은 없지만 외교적 해법 모색 차원에서 언제든 본격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일 간 대립의 근본적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가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결국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은 이후 한·일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우리 측이 지난달 19일 한·일 양국 기업이 낸 출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일본 측은 곧바로 거절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한·일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일 정상회담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조우했지만, 악수만 나눴고 끝내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일본은 지난 1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재료에 대해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는 등 경제 보복조치를 취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회담아 악화된 양국 관계 회복과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 방식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미 외교부 등 실무선에선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등의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정상이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댄다면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한·일 정상 간 소통이 없어서 오해가 쌓이고 단절되면서 관계가 악화됐기에 우선 만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박세환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