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학 호주인 실종사건 국제 이슈로

입력 2019-06-30 19:05

호주인 북한 유학생 알렉 시글리(사진) 실종 사건이 국제적 이슈로 번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시글리의 소재 파악과 무사 생환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시글리의 페이스북 계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재활성화됐다가 다시 폐쇄돼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29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오사카에서 기자들에게 “시글리의 소재가 어디인지, 안전한 상태인지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많은 정상들이 시글리를 찾아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고 AAP통신 등 호주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문제 해결의 기회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뜻을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시글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파트너들과 함께 조용하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다른 사안들에 섞여 다뤄지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AP통신은 호주 정부가 시글리 실종 문제를 언급해달라는 요청을 미국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리슨 총리의 발언이 있기 수시간 전 시글리의 페이스북 계정이 잠시 활성화됐다가 다시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시글리의 가족은 시글리와의 연락이 끊긴 뒤 불필요한 추측이 온라인상에 유포되지 않도록 시글리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비활성화했었다. 시글리의 페이스북 계정이 재개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에 거주하는 유일한 호주인인 시글리는 지난해 4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유학생활을 해오다 최근 연락이 두절됐다.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는 추측이 무성하지만 구체적 행적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DMZ 만남을 앞두고 시글리의 온라인 활동을 제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글리는 평양에서 촬영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언론에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온라인 활동을 해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서 김 위원장과 유년시절을 보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역시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글리와 후지모토 등 평양 거주 외국인이 잇달아 실종되면서 북한이 ‘인질 외교’를 재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