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5G 품질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아직 5G 전국망도 제대로 깔지 않아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5G 품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자의적 측정방식을 앞세워 경쟁사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단은 LG유플러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5G 속도 테스트였다. LG유플러스는 속도측정프로그램 ‘벤치비’와 5G 스마트폰 V50으로 서울 주요 지역의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자사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6일 LG유플러스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명에 나섰다. KT 네트워크전략담당 김영인 상무는 “LG유플러스가 V50으로는 제일 좋은 속도가 나왔지만, 갤럭시S10으로는 가장 안 좋았다”면서 “갤럭시S10과 V50의 점유율은 8대 2다. 공정하게 얘기하려면 더 많이 사용하는 S10의 속도를 같이 얘기했어야 했다”고 LG유플러스를 비난했다.
김 상무는 “벤치비는 좋은 솔루션이지만 측정하는 숫자가 많지 않을 경우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왜곡 가능하다”면서 “LG유플러스의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KT는 이동하면서 속도를 측정하는 ‘드라이빙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는 3개 대학에서 드라이빙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연세대의 경우 5G 커버리지가 82%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사는 40%, 35%로 KT가 우위라고 주장했다.
SK텔레콤 류정환 인프라그룹장은 “5G는 초기라 지금은 평가하기에 이르다”면서 “LG유플러스의 데이터는 엔지니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의 드라이빙 테스트에 대해서는 “가장 객관적인 방식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KT가 제일 낫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자체 측정 결과 SK텔레콤이 이기는 곳이 가장 많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통신 품질은 여러 기준이 있지만 단순히 속도나 기지국 수가 아닌 고객이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체감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과 KT의 협공에 LG유플러스는 27일 “5G 속도와 품질을 공개 검증하자”고 되받아쳤다.
5G 초기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이통사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건 5G 마케팅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위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식을 뒤집어야 5G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은 초기 5G 품질에 대해서는 머리를 숙였다. SK텔레콤은 “고객이 생각하는 만큼 품질을 못 올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빨리 품질을 높여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KT도 “커버리지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고객이 많이 계시는 곳을 중심으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의 5G 설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품질 측정은 일러야 내년에나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