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닥공’ 전북, 쪼그라든 트레블 목표

입력 2019-06-27 20:02
전북 현대 선수들이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탈락이 확정된 후 허탈해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K리그1, FA컵을 모두 우승해 ‘트레블’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던 전북의 목표가 K리그 3연패로 축소됐다. 골을 결정짓지 못한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 현대가 FA컵에 이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쓸쓸히 퇴장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상하이 상강과의 2019 ACL 16강 2차전에서 연장까지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 5로 패배하면서 탈락했다.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전북은 점유율(56대 44)과 슈팅 숫자(19대 16), 유효 슈팅(7대 5)에서 모두 앞섰음에도 한 골밖에 결정짓지 못했다. 단순했던 공격 루트가 원인이었다. 이날 전북의 공격은 주로 김신욱을 겨냥한 측면 크로스 위주로 단조롭게 진행됐다. 측면 미드필더 로페즈와 문선민이 분전하고 좌우 풀백 이용과 김진수가 부지런하게 오버래핑 해 크로스를 올렸지만 상강의 끈끈한 수비 운영에 번번이 막혔다.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가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을 도와 오스카를 견제하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중원의 공격가담도 적었다. 때문에 세밀한 부분전술을 통한 확실한 득점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부재도 전북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시즌 합류한 티아고는 리그 18경기에서 2골 3도움에 그쳐 지난 주말 수원전에서 조기 교체의 굴욕을 맛봤다. 아드리아노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됐다. 이비니는 주로 교체멤버로 활용되며 리그 8경기 1골 1도움만을 올렸다. 이에 김신욱과 로페즈에게 득점을 의존하게 되면서 결정력에 문제가 생겼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전북은 로페즈를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득점원이 단조롭기에 강팀을 상대할 경우 결정력이 충분치 않다”고 분석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전술적인 다양성이 경직된 게 전북이 패배한 이유”라며 “공격에 창의력을 부여할 수 있는 외국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강해 공격옵션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북은 일단 남아있는 K리그1 우승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당장 전북은 이번 주말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지만 아직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 결정된 건 없다”며 “경기에 져서 탈락한 이상 남아있는 K리그 3연패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