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부녀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다 익사한 비극을 두고 미국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들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이민자 부녀 익사 사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그런 사진이 싫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협조조차 않지만 미국에 제대로 된 이민법만 있다면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 오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을 바꿨다면 사람들이 오지도,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민주당이 파괴적이고 매우 위험한 우리 이민법을 바꾼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즉각 바뀔 것”이라며 참변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호주 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정책을 인용하며 “배울 점이 많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인용한 호주 정부의 캠페인 포스터에는 “당신은 호주를 집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민주당은 이번 참변이 트럼프의 반(反)이민주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부녀의 비극이 담긴 이 사진을 보라”며 “이들은 마약상도, 부랑자도, 범죄자도 아니다. 그저 끔찍한 상황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민자 유입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고학력자와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 위주의 새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그는 가족이민을 축소하고 취업이민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 역사에서 이주민 대부분은 공학 학위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과 민주당 중심인 하원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이날 ‘이민자 부녀 참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46억 달러(약 5조3153억원) 규모의 ‘긴급 국경 지원안’을 찬성 84표, 반대 8표로 통과시켰다. 이주민 보호소의 수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반영됐다.
하지만 상원은 전날 하원이 통과시킨 비슷한 규모의 국경 지원안을 찬성 37표, 반대 55표로 부결시켰다. 민주당이 주도한 이 법안은 상원 법안과 달리 단속 활동을 벌이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지원 조항이 없고, 이민자 자녀를 위한 의료 서비스 등이 추가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