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모 방송국이 실험대상이 된 PC방의 전원을 꺼버린 사건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게임이 중단되는 상황에 놓인 게임 이용자의 폭력성을 테스트해본다는 취지였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조소의 대상으로 회자되는 보도였다. 이듬해 e스포츠 국제대회를 치르던 한 청소년이 ‘강제적 셧다운제’에 막혀 ‘GG(Good Game, 패배 선언)’를 채팅창에 친 일 역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에 먹칠한 에피소드로 입길에 오르내린다.
과거 게임에 대한 편견은 갖가지 해프닝과 불합리한 규제로 연결됐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게임 산업에 대한 잠재력이 높이 평가되면서 ‘게임=중독’의 고정된 프레임은 깨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정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강제적 방식이 아닌 업계 자율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나간다는 게 계획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수면권 등을 이유로 16세 미만 청소년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는 2011년 11월 청소년보호법 제26조(셧다운제)에 근거해 2년마다 셧다운제에 포함되는 게임을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셧다운제 시행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규제의 적절성을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셧다운제 시행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이용제도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달 초 보고서의 일부 수치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평가 주체가 일반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평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도 셧다운제의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26일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셧다운제 완화와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서비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가정의 생활문화, 이용자의 게임 주도권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규제들을 살펴봐야한다”며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바람직하지 않은 규제를 함께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뜨거운 감자 ‘셧다운제’
입력 2019-06-28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