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제조업 위기로 성장 동력을 잃자 정부가 ‘서비스 산업’을 꺼내들었다. 휘청거리는 제조업을 보완해줄 산업으로 키워보겠다는 의지다. 다만 그동안 서비스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었던 공유경제, 원격의료 등에 대한 대규모 규제는 여전히 풀지 못했다.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영세 자영업자 위주인 서비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제조업 수준으로 재정·금융 지원을 늘렸다. 이해관계가 비교적 첨예하지 않은 관광과 보건 분야 등의 규제도 완화했다.
정부는 26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서비스산업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리는 건 성장 둔화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업들이 번갈아 가면서 성장을 책임졌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이 위기를 겪으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를 책임질 대체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 발전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 산업 내 부가가치 비중이 2002년부터 10년 넘게 60% 수준으로 정체돼 있다. 도소매, 음식·숙박, 운수, 개인서비스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경우 3년 이상 생존 기업 비율이 약 30%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공유경제, 원격의료 등의 도입도 쉽지 않다.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자 간의 갈등이 첨예해 관련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회로’를 택했다. 일단 풀 수 있는 규제에 집중한 것이다. 우선, 게임 업계에서 역차별을 주장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부모 요청 시 적용 제외 등 게임 업계와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게임의 결제 한도 제한(성인 월 50만원)도 폐지하기로 했다.
면세점 등에서만 가능했던 의료 광고는 명동, 이태원 등에도 허용한다. 2026년 개장하는 국내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경기도 화성 국제테마파크 정문을 신안산선 정거장과 바로 연결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사후면세점 즉시환급 한도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비스 산업을 영세 자영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도 한다.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제조업 수준으로 해주겠다는 전략이다. 정책금융기관들은 2023년까지 관광·보건·물류·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 산업 등에 70조원의 자금을 공급하고, 정부도 서비스 산업 연구·개발(R&D)에 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에만 국한됐던 16개 부담금 면제 혜택(창업 3년 미만 기업 대상)을 지식서비스업으로 확대하고,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대상 업종을 늘려 법인세를 깎아준다.
정부는 대책들을 통해 2023년까지 전 산업 내 서비스 산업 부가가치 비중을 6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50만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서비스 산업이 숙박·차량 공유, 원격의료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관련 규제를 풀지 못한 것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