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숙소 무단출입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 쇼트트랙이 이번에는 동성 성희롱에 휘말렸다. 대한체육회는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전원을 한 달간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퇴촌시키는 중징계를 내렸다.
25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휴식 시간에 임효준(23·고양시청)이 장난삼아 남자 후배 황대헌(20·한국체대)의 바지를 내렸다. 당시 현장에는 여자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황대헌은 “수치심을 크게 느꼈다”며 임효준과의 화해를 거부했고 지난 19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성희롱 신고 문서를 접수했다. 두 선수 모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이를 접수한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은 결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남자 8명, 여자 8명 등 총 16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을 다음 달 24일까지 진천선수촌에서 퇴촌시키기로 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공식 훈련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쇼트트랙 대표팀의 훈련 태도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기강 해이’를 이유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체육회의 권고에 따라 국가대표 강화훈련 전 쇼트트랙 선수들을 대상으로 인성 및 인권, 성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성희롱 행위 선수와 피해 선수에 대한 처분은 다음 달 중 열리는 관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밝혔다.
쇼트트랙은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조재범 전 코치가 국가대표 심석희를 상습폭행,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지난 2월에는 남자 선수인 김건우가 진천선수촌 여자숙소에 무단으로 출입하고, 여자 선수 김예진이 김건우의 출입을 도운 것이 적발돼 기강해이 논란이 일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계스포츠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심석희 사태 등이 있었음에도 부끄러운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선수들이 여전히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