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역사를 지닌 경북 구미 관심교회(함종덕 목사)의 가장 큰 경사는 ‘새가족 등록’이다. 다른 동네나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이들이 교회에 등록하면 함 목사는 양철 그릴 2개를 꺼내고 돼지고기를 사 온다. 30여명이 배불리 먹으려면 수입산 고기를 살 법도 하지만, 조금 더 비싼 국내산을 고집한다. 토요일 예배가 끝나면 마늘을 다듬고 고기를 재기 시작한다. 그는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신앙”이라고 말했다. 일흔이 넘은 성도의 생일이 껴 있는 주일에도 함 목사는 고기를 굽는다.
기타연주자 김도이(22)씨는 최근 부모님이 부채를 갚지 못해 집에 가압류가 들어올 처지에 놓였다. 빚을 갚아야겠지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마련한 수백만원 대 악기만큼은 내줄 수 없었다. 교회에 고민을 털어놨다. 서울 홍대청년교회(이정재 목사) 성도들은 차를 빌려 악기들을 교회로 옮겼다. 이후 불안한 거주환경에 대해 논의하던 교회는 서울 관악구 인근에서 코하우징(쉐어하우스)을 시작했다.
지난 24일 서울 예가교회(조익표 목사)에서 열린 디캡(DiKAP)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의식주 신앙공동체’들의 사연이다. ‘디캡’은 가르침과 사귐, 빵, 기도를 뜻하는 헬라어 앞글자를 딴 단어다. 단순히 성경을 읽고 예배드리는 것을 넘어, 교회 공동체가 의식주를 함께 해결하는 행위가 초대교회의 모습이라는 생각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교회들이 각자 공동체의 사례를 발표했다. 앞선 두 교회를 포함해 예가교회와 전북 전주 새누리교회(양진규 목사)도 사례를 나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목회자와 신학생, 성도 등을 포함해 30여명이 모였다.
20여년 예가교회를 섬겨온 조 목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초대교회형 공동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상수훈(마 5~7)의 가장 큰 메시지는 하나님 나라가 ‘먹고 마시는 염려가 없는 정도를 넘어 솔로몬보다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나라’라는 것”이라며 “서로의 것을 나누고 아름답게 소비하는 공동체 실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콘퍼런스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사례를 발표한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함께 나누고 마시는 삶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함 목사는 “오래된 교회일수록 서로 새로운 모습을 관찰하기 힘든데, 먹고 마시는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생긴다”며 “목회자들에게도 의식주를 함께 해결하는 공동체적 모습이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앞으로 다른 교단 목회자들과도 교류하며 초대교회에 가까운 공동체를 고민할 예정이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