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을 동반 경질했다. 김 전 실장 후임에는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상조(57) 공정거래위원장이, 윤 전 수석 자리에는 이호승(54) 기획재정부 1차관이 각각 임명됐다.야권은 “청와대가 실패한 현 정부 경제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책라인의 핵심 두 자리를 동시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김 전 실장과 윤 전 수석은 임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경제지표 악화와 고용난 등 부진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 국정 쇄신을 꾀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신임 김 실장은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며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에 대해선 “현 정부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거친 정통 관료”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제 성과 창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의 ‘활력’과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신임 김 실장은 춘추관을 찾아 “정부가 정책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기업을 비롯한 시장경제 주체들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기용으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현 정부 3대 경제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수석은 “혁신과 포용이 서로 선순환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책적으로 잘 뒷받침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수현-윤종원 라인이 이끈 2기 경제팀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지난 3월보다 0.2%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마이너스(-0.4%)로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자 문 대통령은 경제팀 교체를 통해 청와대 및 관료사회 전반에 쇄신을 주문하고, 국민체감형 경제정책 마련에 더 드라이브를 걸라는 지침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실장은 “집권 중반기를 맞이해 보다 활기차고 혁신적으로 일할 분과 교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수석도 “혁신과 경제 포용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경제 문제로 여전히 마음 아파하는 국민들이 계시다는 점에 송구스럽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차기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나 윤 전 수석이 이들의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골목길마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이고 기업들은 규제를 풀어달라며 애걸 중인데, 청와대는 왜 변화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 실장과 이 수석이 정부 초기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해온 인사라는 점에서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박세환 심희정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