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는 평소보다 열흘 이상 늦은 다음 달 초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온 까닭에 한반도로 올라와야 할 장마전선이 억눌려 있어서다. 티베트고원에 쌓인 눈이 많았던 것도 장마를 한반도에 못 오게 붙잡은 요인일 수 있다.
기상청은 다음 달 초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지역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19일 예보했다. 26일과 27일에는 장마전선이 일시적으로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남해안에 잠시 비가 내리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남쪽으로 후퇴하기 때문에 장마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통계상 장마가 제주도에 상륙하는 평균 시기는 6월 19~20일 사이다. 유난히 일찍 끝난 지난해 장마도 시작일은 6월 19일이었다. 예보대로라면 올해 장마는 평소보다 최소 열흘 이상 늦어지는 셈이다. 장마전선은 19일 현재 한반도로 올라오지 않고 동중국 해상에서 일본 남쪽 해상까지 북위 30도 부근에 동서로 길게 머물면서 남하와 북상을 반복하고 있다.
‘지각장마’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건 한반도 북동쪽의 베링해다. 베링해의 얼음이 예년보다 더 많이 녹으면서 이달 초부터 베링해 상공에 고기압이 형성된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 영향으로 한반도 쪽에 기압이 불균형하게 배치되면서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미끄럼을 타듯 한반도로 유입됐다. 장마전선이 한반도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건 이 차고 건조한 공기에 막혀서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올해 티베트고원을 덮는 눈이 많은 것도 장마를 늦춘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 티베트고원에 눈이 많이 덮이면 이 지역의 지상 기온이 덜 올라 여름 초반 티베트고기압도 늦게 발달한다. 장마는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이 티베트고기압과 만나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장마전선과 함께 올라와 발생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