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강자 이마트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도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013년 론칭한 자체 브랜드(PB) 피코크의 대표 상품들이 밀리언셀러로 속속 등장했다. HMR 시장을 주도하는 식품업체들도 피코크의 부상에 긴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출시 이후 약 6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8개 상품의 누적 판매량이 각각 100만개를 넘어섰다고 18일 밝혔다. 2013년 10월 처음 나온 ‘피코크 한우곰탕’은 누적 판매량 271만여개로 가장 많이 팔렸다. 2014년 3월 나온 ‘피코크 육개장’은 198만여개 팔려 누적 판매 2위에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3년 340억원이던 피코크 매출은 지난해 기준 2490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5년 만에 매출이 7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피코크의 성공 요인은 대형마트 PB의 이미지를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전환한 데 있다고 풀이된다. 대형마트 PB가 처음 등장한 1990년대 후반, PB 핵심 전략은 ‘저렴한 제품을 믿을 만한 유통업체에서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PB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저렴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트가 피코크를 출시한 뒤 유통업체 PB의 흐름이 바뀌었다. PB도 ‘프리미엄’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밀리언셀러가 속속 등장하면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피코크 밀 키트(Meal Kit·반조리 간편식)도 출시했다. 국내 밀 키트 시장이 오는 2024년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피코크를 앞세워 관련 시장도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도 지난 4월 새 밀 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선보이면서 두 업체가 경쟁을 통해 관련 시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약 200억원 규모인 밀 키트 시장이 올해는 4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코크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HMR 시장은 해마다 소비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PB 제품을 앞세워 HMR 시장에 진출하며 전체 산업의 성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소비자 눈높이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차별화된 맛과 품질의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