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인에 맞서 살아남는 회사 되는 게 꿈”

입력 2019-06-18 19:21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왼쪽)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김도현(오른쪽)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 인터넷산업 선구자에게 듣다, 네이버의 창업과 성장의 경험’을 주제로 70여분간 대담을 나눴다. 윤성호 기자

이해진(51) 네이버 창업자 및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8일 “시가총액 1000조짜리 글로벌 거인 기업에 전 세계가 잠식될 때, 살아남는 회사가 되는 게 네이버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이 GIO가 공개강연에 나선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GIO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디지털 G2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인터넷산업의 선구자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이 GIO는 네이버가 가진 가치로 ‘다양성’을 꼽았다.

이 GIO는 “모든 나라가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만 먹는다면 슬픈 일”이라며 “자국어 검색엔진이 있어야 문화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안에서는 네이버가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사회자 지적에는 “저도 평소에 네이버 욕하는 댓글이나 ‘나는 구글만 쓴다’는 의견을 듣고 상처받는다”며 멋쩍게 웃은 뒤, “하지만 검색엔진 시장엔 국경이 없으므로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주목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밝은 회색 체크 양복과 노타이 차림에 베이지색 양말을 신고 나타난 이 GIO는 농담을 자주 섞어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를 절대 ‘은둔형 경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 GIO는 “20년 동안 매일같이 출근하고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도 함께 탔는데, 변태처럼 은둔형이란 별칭이 붙었다”며 “내성적인 성격이라 최고경영자(CEO) 감이 아니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CEO도 각자 스타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화책 읽는 게 취미”라며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처럼 약한 주인공이 강한 적을 때려눕히는 열혈강호나 원피스 같은 만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주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기업 규제에 대한 답답함도 호소했다. 이 GIO는 “네이버를 내 회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큰 기업은 규제해야 한다는 과거 시각들이 다양해질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이 GIO의 과거 사진이 깜짝 공개되기도 했다. 네이버 창업 전 삼성SDS 과장 시절로 추정되는 1990년대 사진 속 이 GIO는 상고머리에 앳된 모습으로 청중을 웃겼다. 이 GIO는 이 무렵 삼성SDS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서 네이버의 기반을 다진 뒤 99년 6월 네이버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