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내 금융·공공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NHN·네이버에 이어 KT까지 토종 클라우드 ‘빅3’가 참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토종 클라우드 빅3는 해외 클라우드 업체의 가격·기술 공세에 ‘데이터 주권론’으로 맞설 방침이다.
KT는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전략을 밝혔다(사진). 다른 클라우드 경쟁사에는 없는 5G(5세대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기술을 앞세워 ‘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KT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클라우드 사업에 신규 5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000명을 육성한다. 클라우드 사업 매출을 5배 이상 키우는 게 목표다.
아울러 고객사들이 클라우드상에서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기가지니’와 블록체인 플랫폼 ‘기가 체인’, 미세먼지 측정 플랫폼 ‘에어 맵 코리아’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금융 분야의 클라우드 이용을 제한한 규제를 풀면서 이 시장이 국내 업체들의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업체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가장 밀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들은 클라우드 운영에 필요한 서버 구매비용과 클라우드 운영비용을 대폭 낮추는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T 관계자는 “KT 클라우드 이용료가 AWS보다 15~20%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공식가격은 그렇더라도 프로모션을 감안하면 해외 클라우드가 단연코 싸다”고 반박했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와 MS 두 기업이 8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데이터 주권’을 강조하며 해외 업체 공세에 맞서고 있다. 국내 규제기관의 손이 닿지 않는 해외 클라우드보다는 국내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맡기는 게 안전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국내 기관이 특정 해외 클라우드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업체의 변심에 따라 데이터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산 클라우드는 서버가 대부분 국내에 있어 보안성이 더 높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해외 업체들은 클라우드 보안성은 서버의 물리적인 위치와는 무관하며, 외려 해외 클라우드의 보안성이 기술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반박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