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사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실무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협상 방식과 관련해 보텀업(Bottom-up·실무 레벨에서부터 상위로 협의를 진행하는 방식)과 톱다운(Top-down·정상 간 합의를 하위로 이행하는 방식)의 조화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4일 전후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남·북·미 3자의 판문점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북유럽 마지막 순방지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을 열 필요가 있다”며 “실무협상을 토대로 양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지난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 없이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진전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문 대통령이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비핵화 협상을 톱다운 방식에만 의존하는 게 위험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은 사전 실무접촉에서 기본적인 의제 합의는 이뤘으나 비핵화 대상과 시기 등 핵심 부분은 양 정상의 결단에 맡겼다가 ‘노딜’로 귀결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 못지않게 충분한 실무협상을 거치는 보텀업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비건 대표가 이르면 24일 방한할 예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오는 29~30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4~5일 전 입국할 예정”이라며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뿐 아니라 남·북·미가 판문점에서 함께 만나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미 3자 실무협상팀이 이달 중 한자리에 모인다면 북핵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북한은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이달 중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제안이나 북·미 실무협상 개최 여부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메시지는 사실상 미국 측 입장에 가까운데, 북한이 이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