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9시 드라마’ 선보인지 한 달… 과연 성공한 걸까

입력 2019-06-16 18:59

MBC의 ‘9시 드라마’가 선보인 지 한 달째다. 최근 부진을 딛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30여년 만에 시도한 파격이었으나 제도 안착을 바라보는 방송사와 시청자의 평가는 아직 엇갈리는 모양새다.

9시 드라마의 첫 타자는 수목극 ‘봄밤’(사진)이었다. 지난 3일부터는 월화극 ‘검법남녀2’를 같은 시간대에 내보내면서 모든 미니시리즈 편성이 오후 9시에 맞춰졌다. 빨라진 퇴근 시간에 맞춰 콘텐츠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청률 경쟁력을 올린다는 게 골자였다.

외형상으로는 이런 전략이 얼마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법남녀2는 6%대(닐슨코리아) 시청률로 선전 중이다. 봄밤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낸 화제성 순위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MBC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봄밤의 인기에 대해 “드라마를 전진 배치한 지 불과 3주 만에 거둔 쾌거”라며 편성 전략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몇 가지 지표만으로 편성 전략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봄밤의 흥행은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밥 잘 시주는 예쁜 누나’(JTBC) 제작진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일면 예상된 일이었다. 검법남녀도 시즌1이 팬덤을 형성한 만큼 일정 정도 인기가 보장된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미니시리즈 주 시청자층이 빠른 방송 시간대로 인해 느끼는 불편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부층의 경우 자녀를 재우거나 남은 가사를 마무리하고 보기에 이른 시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0시라면 시청률이 더 높았을 것’이란 드라마 팬들의 아쉬움 섞인 토로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다른 지상파 채널은 MBC의 이탈로 예상치 않은 혜택을 입게 됐다. 삼파전이 아닌 양자 구도 속에서 KBS가 승기를 잡고 있다. ‘퍼퓸’ ‘단, 하나의 사랑’(이상 KBS2) 모두 각 라인에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MBC는 현재 방송 중인 ‘용왕님 보우하사’를 끝으로 저녁 일일극을 폐지하고 아침 일일 드라마를 다시 선보이는 등 공격적 편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고착된 편성표를 깨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간대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양질의 작품으로 꾸준히 소통해야 편성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