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호에… 은행들, 안 그래도 낮은 예금금리 줄줄이 ‘인하’

입력 2019-06-16 19:53

시장금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경기지표 침체 속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면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됐다. 시장금리가 내려가자 시중은행들은 발 빠르게 정기예금 금리를 낮춘다. 낮았던 예금 금리가 더 내려가는 모양새이지만 ‘안전자산 선호’ 속에 정기예금을 찾는 수요는 늘고, 금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0.01~0.20% 포인트 낮췄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일 ‘369정기예금’의 1년제 최고 금리를 연 2.1%에서 연 1.9%로 0.20% 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도 지난 13일 온라인상품인 ‘쏠편한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연 1.83%에서 연 1.81%로 0.02% 포인트 낮췄고, 우리은행도 지난 10일 ‘위비SUPER주거래예금2’ 금리를 연 2.0%에서 연 1.90%로 인하했다.

은행권은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인 코픽스(COFIX) 금리와 금융채 금리가 낮아져 예금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채권 금리가 떨어져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채권 금리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7%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마감했다. 4월 24일 이후 줄곧 기준금리(1.75%)를 밑돌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는 데도 안전한 투자처로 정기예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629조원을 기록했다. 넉 달 전인 1월(605조원)과 비교해 23조원(3.9%)가량 증가한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땅히 넣어둘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정기예금에 쏠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금값도 들썩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 가격은 g당 5만1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3월 금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가다. 2016년 7월 6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 가격(5만910원)을 경신했다.

금융권은 현재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당 부분 녹아들어 있다고 본다. 채권시장이 내다보는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2회’다. 시장금리 향방은 이달 열리는 ‘빅 이벤트’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미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아직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진척도가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시장금리 하락세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