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2012년 전 재산 500만원을 들고 경기도 김포에 정착한 그가 지금 돌보는 아이는 28명. 이 중 탈북민 자녀는 15명이다. 탈북민 및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우리두리하나돌봄센터’를 운영 중인 이무열(50) 예수마음교회 목사를 지난 4일 경기도 김포 양촌읍 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목사는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준 것 같이 너도 그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되어 주어라’는 하나님 음성을 듣고 연고도 없는 이곳에 무작정 온 지도 벌써 7년”이라며 웃었다. 그가 처음부터 탈북민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02년쯤 원래 하던 건축사업이 부도가 났다. 빚에 쫓기던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전남 여수의 한 교회에서 몇 달간 숙식하며 지냈다.
생계를 잇고자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 1년 반을 매일같이 찬양을 틀고 전도지를 나눠주며 장사했다. 그런 그에게 당시 교회 사람들은 “물고기 빵만 구울 게 아니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교회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고 있던 그는 그저 아이들에게 제대로 말씀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광주 광신대 신학과에 진학했다.
졸업여행을 갔던 중국 땅에서 그는 북한 선교의 사명을 받았다. 당시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의 지도교수는 여행을 준비하던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틈틈이 현지 지하교회 지도자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던 자신의 일을 이어가 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낮에는 농사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산을 타고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도하는 현지 목회자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북한 선교의 비전을 얻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10년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한꿈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며 본격적으로 탈북 청소년을 품기 시작했다. 2012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한국에 연고가 없는 탈북 청소년 10명과 함께 김포로 와 개척교회를 세웠다. 이 목사는 교회 사택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꽤 오래 탈북 청소년들과 함께 지냈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내 처지와 내 관점에서 그들을 섬기려 하면 안 되며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탈북 청소년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진심으로 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어린이돌봄센터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탈북민 가정 등에 공산품과 음식을 지원하는 푸드뱅크 사업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북한에 300개의 교회를 세우는 꿈도 갖고 있다. 그는 “주변에 이런 꿈을 같이 꾸며 건축학도의 길을 가고자 하는 아이들도 있다”면서 “그들과 함께 꿈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