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지난 10년간 동결했던 의원급여(세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추진한 세비 인상안에 앞장서서 반발했다. 의원들이 수도 워싱턴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려면 세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의원 급여 인상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 이후 10년째 동결됐던 세비를 내년에도 동결하자는 취지의 법 개정안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도 상·하원 의원 세비를 현재보다 4500달러(약 533만원)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은 2.6%다. 현재 의원들은 연간 17만4000달러(약 2억627만원)를 받고 있다. 하원의장은 이보다 많은 22만3500달러(약 2억6495만원), 각 정당 지도부는 19만3400달러(약 2억2927만원)를 세비로 받는다. 연방의원은 상·하원 합쳐서 535명이다. 여기에 국회 직원들의 임금도 인상해야 한다. 임금 인상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민주당 초선 조 커닝햄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의회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지 말고 예산의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썼다. 신디 액슨 하원의원과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아예 세비가 인상될 경우 스스로 급료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도 “근면한 미국 시민들은 매일 열심히 자신들의 일을 끝내는 상황에서 제 할 일을 못한 의원들은 세비를 인상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세비 인상을 추진하는 쪽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미 의회에는 지역구와 워싱턴을 오가며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많다. 그런데 워싱턴 집값과 생활비가 워낙 비싸다. 결국 집세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서 잠을 자는 의원들도 허다하다고 더힐이 지적했다. 로비단체들이 고액연봉을 미끼로 국회 직원들을 스카우트해가는 것도 고민거리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의원들도 세비를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비 조정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1989년 의원들이 각종 연설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대신 물가인상률에 따라 세비를 매년 인상하도록 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국민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세비 동결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