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만 빛난 100일… 존재감 굳혔지만 외연은 못 넓혔다

입력 2019-06-06 04:0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기 전 행사장 주변의 푸드트럭에 올라 참석자들에게 핫도그를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황 대표의 지난 100일에 대해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 취임 이후 당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이 잦아들고, 정치 신인이라는 우려에 비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호평이 많다. 다만 최근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과 강경 일변도인 대여 투쟁 기조 속에서 한국당의 우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5일 “누가 당대표로 왔더라도 황 대표만큼 당이나 조직을 안정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당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황 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의 고질병이었던 친박근혜계·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은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보수 진영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동시에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거머쥔 황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당초 황 대표가 정치 신인인 데다 원외 당대표인 만큼 제1야당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지난달 초부터 민생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전국을 순회하고 여러 차례 주말 장외집회를 진두지휘하면서 대여 투쟁의 중심에 섰다.

황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월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6.8%였지만 지난달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 34.3%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는 13.5%로 2위에 머물렀지만, 지난 4일 같은 조사에서는 22.4%로 1위가 되며 대선주자로서 위상이 높아졌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황 대표 체제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황 대표가 정부·여당과의 강경 투쟁을 이끄는 과정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 핵심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됐겠지만 중도층에게는 거부감을 높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 논란도 지지율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많다. 수도권의 당 관계자는 “총선 전체 의석의 절반 가까이 되는 수도권 선거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대구·경북(TK) 중심의 집토끼(핵심 지지층)보다 산토끼(중도층)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황 대표의 이미지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황 대표와 대화를 하면 점잖고 반듯하지만, 여전히 국무총리와 이야기한다는 느낌”이라며 “가끔은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주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유의 모범생 이미지 대신 ‘인간미’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황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사무처 당직자와 당 소속 보좌진, 청년 당원과의 ‘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명박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개그맨 황현희씨가 사회를 맡았다.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황 대표는 푸드트럭에 직접 올라 방문객들에게 핫도그를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이종선 심우삼 김용현 기자 remember@kmib.co.kr